오피니언

취재수첩

[박승혜의 소신 육아] 돌잔치에 흔들리는 우정?

By박승혜 베이비조선 객원기자(mercyup@naver.com)Posted2018.08.10 10:33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 이미지

친구에게 돌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그 친구는 15년 넘게 이어진 모임의 멤버 중 한 명이다. 평균 155cm 신장의 고만고만한 친구들이 모였다 하여 붙인 ‘올망졸망’ 모임의 멤버는 총 4명. 나는 돌잔치를 구실 삼아 남편과 아이 둘을 시댁에 보내면 저녁까지 자유 부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참석하겠노라 했다. 미혼인 친구 역시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아들 엄마인 나머지 한 친구는 돌잔치 참석을 고민하는 듯했다.

친구의 깊은 고민을 알 듯했다. 결혼식은 스몰 웨딩이든 보통 웨딩이든 다들 하는 분위기라 서로 주고받는 게 비교적 명확하다. 하지만 돌잔치는 다르다. 돌잔치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축의금 상호 공평성 원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점차 돌잔치를 하면 ‘민폐’라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그래서 종종 돌잔치를 하지 않았던 사람은 돌잔치에 초대한 사람에게 서운함을 느끼게 되고, 돌잔치를 연 사람은 미안해지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 이럴 때 마음이 더욱 어려워진다. 돌잔치에 초대한 사람이나 초대에 기쁘게 응하지 못하는 사람 모두 이해됐다. 돌잔치를 연 친구는 축의금 한몫 챙기겠다고 연 게 아니다. 예전과 달리 흩어져 살던 친구들이 가까이 살고 있어 일단 참석 여부와 관계없이 알리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거다. 또 어렵게 얻은 딸아이의 탄생을 많은 사람에게 축하받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초대받은 상대방은 내 아이 돌잔치를 안 했는데 굳이 내 쪽에서만 축하를 해주는 것도 그리 내키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내가 모르는 미묘한 감정선이 둘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똑같이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단순히 쿨하지 못하고 속 좁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친구 사이는 결혼으로 배우자가 끼면서 한 번, 출산으로 아이가 끼면서 또 한 번 달라진다. 친구 사이에도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말이 어려워지고, 서운함이든 기쁨이든 감정이 배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돌잔치 참석을 고민한 친구가 야박하다 탓할 수 없었다. 더더욱 친구들 중에서 첫 주자로 결혼과 출산을 해서 맘껏 축하를 받았던 나는 더욱 할 말이 없었다.


기사 이미지

결국, 그 친구는 돌잔치 당일까지 연락이 없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미혼인 친구와 돌잔치에 갔다. 사실 6년 만에 참석한 돌잔치는 재미있었다. 뷔페 음식은 평균 이상이었고, 집에 갈 시간 재며 엉덩이 들썩이지 않고 느긋하게 친구와 떠는 수다도 즐거웠다. 성장 동영상을 볼 때는 남의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포개져 혼자 울컥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다. 노련한 사회자가 진행한 경품 뽑기와 돌잡이에도 웃음이 빵빵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음 한쪽은 오지 않은 친구 때문에 불편했다. 해외나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자주 만나지 못해도 15년 넘은 우리의 우정이 여기서 금이 가나 싶어 마음이 어질어질했다. 이 나이 되면 속 터놓고 즐겁게 이야기할 친구도 몇 없는데….

돌잔치가 끝나고 함께 간 미혼 친구와 심란한 마음으로 친구 사이에 오가는 ‘축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받지 않았고, 받을 기약이 없어도 베풀 것인가?’에 대해 나와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하자라고 결론지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받지 못하고 혹은 똑같은 형태로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다른 사람을 통해 받거나 내가 아닌 남편, 아이와 같이 가족에게 그 선의의 마음들이 채워지는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가끔은 주는 게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코 손해 보는 게 아니라고. 결혼식이나 돌잔치에 참석해 그 순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일 뿐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말자고. 그렇다고 내 쪽에서만 쭉 축하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그 관계는 더는 친구가 아닐 테니 말이다.


기사 이미지

사실 내가 “누가 어떻더라” 할 처지가 아니다. 결혼, 돌잔치 축의금 리스트를 적어 놓고 아직 소식 없는 누군가는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축의금 건넬 때는 받은 것보다 더 주지 않는지 두세 번 확인하는 내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 나중에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는 하필 그날 핸드폰이 고장 나 연락할 방도가 없었고, 남편도 일을 나가야 해서 이래저래 혼자 아이 데리고 오기 힘들어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단 안도는 했지만, 친구 사이에도 자식 문제가 끼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앞으로 자식을 끼고 일어날 친구 사이의 많은 일들이 무사히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밤새도록 수다를 떨고 또 떨어도 할 말이 남아있는 우리 사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지속되길 빌어본다.


박승혜 베이비조선 객원기자(mercyup@naver.com)
글을 쓴 박승혜 객원기자는 5세, 8세 두 아이를 키우는 동시대 육아맘이다. 출산할 때 척추 무통주사 대신 라마즈 호흡법을 활용하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를 위해 카시트를 앞 보기로 바꾸는 등 소신 있는 육아를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좋은 인성을 갖췄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품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책 육아와 성품 육아에 집중하고 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