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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소통전문가의 상담실 속 이야기] 칭찬보다 소중한 격려

By김진미Posted2018.07.1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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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영어로 공부하면서 애로 사항이 많았다.

그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듣기였다. 수업 중 교수님의 강의는 비교적 듣기 쉬웠다. 교수님들은 대개 문법에 맞는 표준 영어를 사용했다. 또 잘 들리지 않는 용어는 교재에 있으니 추측을 하며 수업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학생들의 말이다. 문법을 따르지 않는 대화체를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수업 중 질문도 그 어려움 중 하나였다.

미국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 나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을 보며 감탄했다. 그들이 참 똑똑해 보였다. 학생들의 질문에 교수들이 한결같이 ‘Good question!’ 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영어 실력이 조금씩 나아졌다. 학생들의 질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아이들의 질문은 참으로 사소한 것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질문을 했다면 비난과 눈총을 받았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간단한 질문이거나, 개인사와 관련된 문제일 때도 있었다. 수업시간을 낭비하는 가치 없는 질문들도 많았다.
학생의 질문에는 짜증이 났고, 대답하는 교수에게는 감탄을 하게 되었다. 교수들은 모든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게다가 답을 말하기 전에 꼭 ‘Good question!’이라고 칭찬을 했다. 

교수에게 ‘좋은 질문이야!’라는 말을 들은 학생들의 기분은 어떨까?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아주 좋은 질문을 했다'라는 말을 들었으니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공부에 더 흥미가 생길 것이고, 다음번에 또 질문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반면 '그것도 몰라서 질문을 하냐?'라는 말을 들었다면 어떨까? 수치심을 느낄 것이고,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겠고, 다시는 질문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격려는 영어로 ‘encouragement’이다. courage는 ‘노력하려고 하는 의지(a willingness to make an effort)’라는 의미다.

격려는 무엇인가를 시도할 의지가 생기도록 한다. 반면 좌절(discouragement)은 이러한 의지가 없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격려는 용기를 주는 말이고, 미래를 향한 도전 의지를 높이는 것이다.

교수들의 ‘Good question!’"이라는 말을 들은 학생은 더 좋은 질문을 하려는 의지가 생긴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질 것이다. 이처럼 뭔가를 하려고 하는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것이 격려다.

격려는 보상이 아니다. 격려는 선물이다.

잘하는 사람만이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가질 수 있다. 격려는 경쟁과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 노력과 발전에 주어진다. 언제든지 줄 수 있다. 심지어 아이가 갈등하고 실패했을 상황에서도 격려할 수 있다.

격려의 말을 하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첫째, 아이가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마켓에서 잘 기다리고 참아줘서 고마워.”
“친구들을 엄마에게 소개해줘서 고마워.”
“동생하고 잘 놀아줘서 엄마가 설거지를 마쳤어. 고마워.”
“고마워, 엄마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해.”

고맙다는 말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느낀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신뢰하게 된다. 계속 누군가를 배려하며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좋은 행동을 하고 싶은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다.
‘너 때문에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이를 격려하는 것이다. 더 좋은 행동을 하는 동력이 된다. 

둘째,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네가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니?”
“그런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끼는 것 같구나.”
“너는 그걸 좋아하는 것 같구나.”
“너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니?”

엄마들은 흔히 아이의 감정보다 자신의 시각으로 아이를 칭찬한다.
“우리 아들 너무 잘했어, 자랑스러워.”
아이의 행동이 엄마를 기쁘게 한 것이다. 아이는 자신의 기쁨을 엄마에게 빼앗겼다. 엄마를 기쁘게 했다는 즐거움은 있지만 자기 만족감은 없다.
아이는 이루어낸 성과를 자신의 감정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야 그 기쁨을 맛보기 위해 또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너도 네가 자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니?”
이렇게 격려해준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다. 자발적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기쁨을 찾아나가고 싶어지도록 만든다. 

셋째, 실수와 실패의 상황에 괜찮다고 말한다.

“괜찮아, 너는 최선을 다했어.”
“오늘 떨리는 마음을 참고 무대에 섰잖아. 그게 더 중요한 거야.”
“네가 얼마나 힘들게 준비했는지 엄마는 잘 알아.”
“수고했어. 많이 힘들었지?”

부모가 해주는 ‘괜찮다’는 말은 자녀에게 큰 위로가 된다. 실수와 실패한 아이들에게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실패 그 자체보다 비난의 말이다. 비난을 듣는 아이는 실수하고 실패한 자신이 원망스럽다. 수치스럽고 무가치하게 여겨진다.
실수할 때마다 비난을 듣게 되면, 아이는 두려움 때문에 도전 자체를 포기한다.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비난을 들을 것이 분명하기에 차라리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가 ‘괜찮다’고 말할 때, 아이는 비로소 안도한다. 실수해도 괜찮은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실수하고 실패했다고 해도 열심히 노력한 과정을 부모가 알아줄 때, 아이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질 것이다.

넷째, 자녀를 믿어주는 것이다.

“나는 네가 잘 판단하리라 믿어.”
“힘들겠다. 그렇지만 엄마는 네가 해낼 거라고 믿어.”
“점점 좋아지고 있구나. 너는 할 수 있어.”
“많이 진행되었네. 잘되어 가고 있구나.”

부모의 신뢰와 지지는 자녀에게 가장 든든한 힘이다. 잘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는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아이의 판단을 믿어주고 존중할 때, 조금씩 단계를 밟아 잘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를 믿게 될 것이다.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용기를 갖는다. 
격려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격려는 꼭 필요한 자양분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격려를 받고 자란다. 아직은 미숙하고 실수투성이인 아이들이다. 그럴 때 부모의 말 한 마디는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 도전하고 싶은 의지를 갖게 하기도 하고, 좌절감으로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격려는 실망하고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좌절하고 무기력감에 빠진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비결은 격려뿐이다.
걷는 방법을 아무리 잘 가르쳐주어도 일어나 걸을 힘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격려를 통해 먼저 다리에 힘을 길러야 한다.

지금 내 아이가 자신감을 잃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앉아 있다면 격려부터 시작하자. 격려를 통해 마음의 근육을 만든 후에 방법을 가르치자.



글 김진미(빅픽처 가족연구소 대표,bigpicturefam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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