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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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과잉의 시대, 프로바이오틱스까지 먹어야 하는 이유?

By김세영 베이비조선 기자(young0221@chosun.com)Posted2018.05.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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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억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젊은 시절 과민성 대장 증상에 시달렸다.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2주 만에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서울대 교수가 말하는 ‘프로바이오틱스’ ①


 

사람 체중 가운데 약 1.5㎏는 균(菌) 무게다. 세균 하나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500조 마리가 모이면 이렇듯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세균은 장(臟)에 산다. 여기 ▲몸에 좋은 균(유익균) ▲나쁜 균(유해균) ▲무해한 균(중립균)이 모여 세력 다툼을 한다. 어느 쪽이 우세하느냐에 따라 신체 상태가 달라진다. 유익균이 많으면 장뿐 아니라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반면 유해균이 늘면 변비부터 두통까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의료계에서 장내 세균을 연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30년간 장내 세균을 연구한 지근억(63)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장내 세균을 잘 다스리면 신생아부터 임신부, 노인까지 전 연령의 건강 증진에 도움될 수 있다”고 했다.



◇음식을 먹을수록 장내 환경은 나빠진다


최근 의료계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을 통칭하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따르면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는 생균(生菌)’이다. 대표적인 균으로 ▲비피더스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커스 ▲엔터로코커스 ▲스크렙토코터스 등이 있다.
지 교수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장을 포함한 체내 기관들이 연결돼 있어서다. 지 교수는 “장 환경이 좋으면 위·간은 물론 두뇌까지 활성화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장기 상태가 좋지 않을 땐 장 환경이 나빠져 유해균이 늘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2004년 일본 규슈대 연구진이 쥐의 장내 세균을 없애자 스트레스 호르몬이 2배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다. 반대 경우도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 허준렬 교수 등은 태아 자폐증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을 발견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체내 유익균이 계속 줄어든다는 점이다. 모유 먹는 아기의 장에는 대표적인 유익균인 비피더스가 전체 장내 세균의 80%에 달한다. 그러다 모유를 끊고 이유식을 섭취하면 비피더스는 전체 장내 세균의 5~10%로 급격히 감소한다. 유해균과 중립균이 크게 증가한다. 70 대가 되면 비피더스는 장내 세균의 3%까지 떨어진다. 지 교수에 따르면 음식을 먹을수록 장내 환경이 더 안 좋아진다. 모유 외에 장내로 들어가는 대부분 식품은 프로바이오틱스보다 유해균이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채식도 마찬가지다. “채소는 유익균의 먹이가 될 수 있지만 유해균의 먹이도 됩니다. 모유를 제외하면, 무엇을 먹더라도 유해균에게 먹이를 주는 셈입니다.” 영양 과잉의 시대에 프로바이오틱스를 별도로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다.
시중에는 이 균을 배양해 만든 건강기능식품 또는 일반 식품이 다수 출시돼 있다. 지 교수는 “학술적으로 검증된 프로바이오틱스 활용 식품의 기능은 장내 유해 세균을 억제하고 과민성 장이나 배변 활동을 개선하며 면역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 외 암(癌) 같은 여러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락토바실러스·비피더스…어떤 균 먹을까


지 교수가 주력하는 건 비피더스 계열에 속하는 균이다. 그중에서도 알레르기·과민성 대장·바이러스성 설사·노인 장내 세균 개선 등에 효과를 보인 균을 주로 연구한다. 그가 비피더스를 연구하는 이유는 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균이라서다. 단순히 양으로만 따져도 비피더스가 락토바실러스보다 100~1000배 더 많다. 양이 많은 만큼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크다.
그럼에도 비피더스 계열 제품이 적은 건 배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피더스는 산소가 있으면 죽는 균이라 배양하기가 어렵습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죠. 그에 비해 락토바실러스는 기르기 쉬워 기술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지 교수는 “락토바실러스는 소장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되지만, 대장에는 잘 정착하지 못해 대장 유해균을 억제하는 능력이 다소 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장 환경을 위해선 비피더스를, 소장 환경을 위해선 락토바실러스를 각각 섭취하는 게 좋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지 교수 연구팀은 비피더스균 ‘BGN4’와 ‘BORI’를 발견해 특허를 받았다. BGN4는 아토피 예방 조성물, 항암 다당체 보유, 지방간 개선, 비만 개선 효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서울삼성병원 소아과에서 임상 실험한 결과 BGN4를 섭취한 아기들의 알레르기 발생률이 낮은 점을 확인했다. BORI는 유아 설사의 주원인인 로타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단백질 유지 및 지방간 개선, 비만 개선 효과도 증명했다. 지 교수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 모유 수유를 하면 아기 장내에 좋은 균이 자라도록 도울 수 있다”며 “분유식이나 이유식을 시작할 때부터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섞어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지 교수가 1999년 창업한 비피도는 그의 이름을 딴 프로바이오틱스 식품(지근억비피더스)을 2001년부터 판매했다. 지 교수는 “공부만 하던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차렸더니 마케팅에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면서도 “최근 점점 많은 사람이 찾고 있어 앞으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비피도의 지난해 매출은 137억 원, 영업 이익은 30억 원이었다. 현재 24개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증가율이 국내 매출 증가율보다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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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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