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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트리오맘의 ‘기본 충실 참육아’] 여행 이후, 우리 부부가 달라졌다

By글 이순영Posted2018.05.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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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전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 후 예상치 못하게 나와 남편의 사이가 급격히 안 좋은 방향으로 흘렀다. 새로운 환경에 서로 다르게 대처하는 태도가 매사 맞부딪쳤다. 나는 공동 육아를 지향하는 미국 사회에서 나만 ‘독박 육아’를 한다는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무거움’도 느꼈다.



그렇게 권태기를 겪던 우리 부부는 계획에 없던 한국 여행을 가게 됐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하면서 우린 예전처럼 사이가 좋아져 버렸다. 여행을 다녀와서도 이런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여행 중 우리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나눴던 대화는 없었다.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냥 사이가 좋아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거대한 담론이나 이론이 개입하지 않아도 어쩌다 보면 풀리기도 한다는 걸 경험했다. 예전부터 나의 부모님은 사람 관계에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 오늘 당장 헤어질 것처럼 구는 사람들도 내일이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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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가족을 만나고 싶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마음껏 먹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그저 설레며 떠났는데, 복원이 힘들어 보였던 남편과의 사이가 덤으로 좋아진 것이다. 듣는 사람 어이없게 할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벌어진 실상이 정말 이러했다. 하여 이번 경험은 여행이 가족 관계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돌아보면 한국에 살 땐 주말이 되면 장소가 어디든 일단 집 밖으로 나가곤 했다. 우리 부부가 티격태격하면서도 감정선이 사랑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은, 여행이라는 공동 관심사를 꾸준히 실현하며 서로 잘 이해하고 어우러지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는 가족 여행을 가뭄에 콩 나듯 하다 보니 나쁜 감정이 상쇄될 기회를 만들 수 없었다.

예로부터 “바보는 방황을 하고, 현자는 여행을 한다”는 말이 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매번 이 말을 떠올리곤 했는데, 정작 미국에 와서는 바보처럼 방황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을 반성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보며 생기는 좋은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가족을 얼마나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가를 그동안 잊고 살았다. 태도를 바꾸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데로 결론이 모였다. 이번 여행 후로 아이 셋, 그것도 아들 딸 적절한 비율로 키우는 내 자신이 세상을 다 가진 여자처럼 느껴졌다. 우리에게 주어진 천재일우(千載一遇)와 같은 이 시간을 잘 활용해 남편과의 관계를 소생시키고 싶다는 욕구도 일었다. “이번 생은 틀렸어” “내가 전생에 남편을 죽였나 봐”가 아니라 “이 관계를 살리고 말겠어”라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의 물결이 파문을 일으켰다.

남편도 나름으로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나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우리는 서로 위하는 마음을 하나 둘 꺼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새로운 미국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물론 이렇게 몇 주, 몇 달 잘 지내다가 다시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렵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여행이라는 돌파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에 해우(解憂)가 되는 극효약을 신대륙 발견하듯 마주할 때가 있다. 사람마다 혹은 관계마다 형태가 다를 뿐이지, 끝난 것 같던 관계를 원상 복귀할 묘약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이것을 잘 찾아낸다면 ‘부부 싸움을 칼로 물 베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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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의 소생을 원한다면 봄 맞이 여행을 가보는 건 어떨까?

“봄이 왔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남편을, 그리고 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일상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글 이순영(ladakh1@naver.com)
글을 쓴 이순영씨는 현재 미국에서 삼 남매를 키우고 있다. 잘 나가던 대치동 학원 강사였던 그는 ‘내 아이는 성적이 우수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육아를 시작했다. 그러나 육아가 공부 잘하는 아이로 기르는 것만 뜻하는 게 아니라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고 자신과 가족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다시 아이 키우는 공부를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엄마 성장 육아’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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