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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에도 공부가 필요해]‘손주 돌봄’ 스트레스, 의외로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By글 강현숙Posted2018.05.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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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이는 텔레비전에 빠져 엄마가 온 것도 모를 때, 흔히 엄마들은 아이를 야단친다.

“너,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텔레비전 보면 안 된다고 했지. 텔레비전 많이 보면 바보가 된다고. 알았어?” 옆에서 조부모가 “얘야, 내가 틀어 준거다”라고 말을 해도 계속 아이를 나무란다. 그러면 아이는 또 힐끔 할머니를 쳐다보고…. 물론 아이 엄마는 힘들게 일하고 왔는데, 아이가 텔레비전에 빠져서 엄마가 온 줄도 모르니 화가 날만도 하다. 거기다 평소 텔레비전 시청을 자제해달라고 어머니께 신신당부를 드린 상태라면 더욱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조부모는 알 수가 없다. 조부모는 자신에 대한 불만을 손주에게 대신 화풀이하는 것이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똑같은 상황에 당면해도 서로 느끼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른 영화를 본 것처럼 다르게 이야기하고, 그러다 싸우기까지 하는 것이다. ‘손주 돌봄’과 관련해서도 아이 부모와 조부모가 가진 기대와 욕구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순간순간 충분히 대화로 표현하고 소통한다면 오해와 갈등의 소지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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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주의할 것은 표현할 때의 방법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마치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어머니, 제가 돌아올 때까지는 텔레비전 틀어주지 말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훈계하거나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화를 할 때는 주어를 ‘나’로 삼은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 앞에서 ‘어머니, 제가 돌아올 때까지는 텔레비전 틀어주지 말라고 했잖아요’는 ‘네가 텔레비전을 틀어줬다’는 뜻으로 ‘너’를 주어로 한 말이다. 하지만 ‘나’를 주어로 하면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도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할 수가 있다. 

다음은 경로당에 가면 흔히 오가는 대화다.

“(너) 문 좀 닫고 다녀. 추워죽겠어.” “너나 잘해.”

“(너) 조용히 좀 해. 시끄러워서 전화 소리가 안 들려.” “네가 나가서 받으면 되잖아.”

이 말에선 다 ‘너’가 생략됐다. 이처럼 ‘너’를 주어로 삼으면 명령이나 판단, 훈계가 되기 쉽다. 하지만 ‘나’를 주어로 말하면, 이를테면 “나는 00가 문을 닫고 다녔으면 좋겠다. 문을 열어두니까 너무 추워”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뭐라고 반응을 보일까? ‘나’를 주어로 표현하면 단지 나의 마음 상태를 표현했을 뿐이므로 상대방이 기분 상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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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조부모와 아이 부모 간 대화도 마찬가지다. 

“어머니, 저는 아이가 엄마 온 줄도 모르고 텔레비전에 빠져 있는 걸 보니 속상해요. 거기다 지금은 아이가 텔레비전 볼 시간도 아닌데….”

그러면 어머니가 어떻게 반응을 보일까?

“그랬구나. 미안하다. 원래는 이 시간에 텔레비전을 안 보는데, 오늘은 몸이 안 좋은지 하도 징징거려서 내가 틀어줬다”라는 식의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어떤 스트레스나 갈등도 작은 것에서 시작하듯이, 이를 해결할 때도 ‘아’와 ‘어’의 차이처럼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을 할 때 ‘너’를 주어로 하기보다 ‘나’를 주어로 두는 노력만으로도 갈등을 훨씬 줄일 수 있다.

글 강현숙 
글쓴이 강현숙은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의 저자로 강의 현장에서 손주 양육 중인 많은 시니어를 만났다. 수업 중 마음을 열고 내면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니 시니어들이 손주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았고, 손주 양육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부모 칼럼’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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