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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박승혜의 소신육아]둘째, 가정보육 끝내고 어린이집 가다

By박승혜 베이비조선 객원기자Posted2018.04.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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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둘째가 어린이집에 입소하면서 가정보육이 끝났다.
아이가 3살 되던 해, 어린이집에 보냈다 가정보육으로 리턴한 지 약 20개월 만이다. 아이를 집으로 다시 데리고 오던 날, 최소 3개월만 버텨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버텼다. 자고 나면 쑥 자라는 3살 때는 신기한 마음에, 애교 넘치는 4살 때는 애교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간 아이와 충분히 부대꼈기에 둘째가 어린이집에 간다고 했을 때 홀가분하게 아이를 보낼 수 있었고, 당사자인 아이도 설레며 어린이집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었다.

데리고 있는 동안은 모든 순간을 함께해야 했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여유롭게 집 안 청소를 하고, 문화센터 다니면서 나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그 욕구가 목까지 꾹꾹 차올랐던 요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니 시원한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요 몇 주 누린 ‘자유 부인’의 신분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매일 붙어 지내던 아이와 떨어지니 허전했다. 첫째 떠날 때야 둘째가 있었으니 섭섭할 틈이 없었지만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가니 정말 엄마로서의 역할이 끝난 것마냥 섭섭했다.

어린이집 입학은 아이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오빠 유치원 다니는 게 소원이었던 둘째는 5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리다 들어간 어린이집. 비록 오빠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이사를 와 오빠가 다녔던 유치원에는 못 갔지만 둘째는 자신이 다니게 될 어린이집을 지날 때마다 소리치며 좋아했다. 그리고 집에서는 입학식 날 받아온 체육복을 입고, 식판을 가방에 넣고는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혼자 리허설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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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등원 날, 아이는 세상 기뻐서 어린이집에 갔다. 내 어쭙잖은 우려를 비웃듯 아이는 둘째 날부터 낮잠도 자고 왔다. 2주란 시간이 무난하게 흘러갔다. 가정보육하며 돈독한 애착 관계를 쌓아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가는구나 싶어 내심 뿌듯했다. 반전은 3주째부터 일어났다. 월요일 아침, 아이는 어린이집에 안 간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동안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빨리 가자고 재촉했던 아이였기에 당혹스러웠다. 아이는 어릴 때 잠시 다녔던 어린이집 생활을 까맣게 잊고 어린이집에 막연한 동경심을 품어왔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평범한 일상의 또 다른 공간임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이는 딱딱 떨어지는 시간표 생활이 슬슬 지겨워진 듯했다. 특히 엄마 머리카락을 잡고 자던 낮잠 시간에 엄마 생각이 더 간절히 나는 듯했다.

“엄마, 오늘 낮잠 자려고 누웠는데 엄마가 보고 싶어 울었어!”

“정말?”

“아니. 우는 척했어. 그리고 마음으로 울었어.”

딸아이의 말에 마음이 아파 눈물이 찔끔 나고, 나름 힘들었을 시간을 이겨내는 걸 보니 대견해 웃음도 언뜻 났다. 하지만 대책을 세워야 했다. 일단은 아이를 위해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주며 아이를 기다려 주기로 했다. 그래서 가끔은 낮잠 재우지 않고 일찍 데리고 왔다. 견학이나 체육, 영어처럼 특별한 일정이 있는 날은 일부러 관련 이야기를 하며 기대감을 갖고 등원하게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고 갈 옷을 고르며 패션쇼를 할 때도 한숨 쉬지 않고 열심히 동참했다. 그 덕분에 아이는 낮잠시간 빼고는 어린이집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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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둘째와는 가정보육을 통해 끈끈한 애착을 쌓아 아이가 분리 불안 없이 어린이집에 씩씩하게 잘 다닐 거라 믿었다. 게다가 아이는 어린이집에 먼저 가겠다고 했고, 어린이집 지날 때마다 “내 어린이집이다. 어린이집 안녕!” 인사까지 하며 즐거워했던 터라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내 무지의 소산이었다. 나는 많은 사랑을 줬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만이었다. 아이는 항상 엄마의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 아이는 뽀뽀해주고 안아주고 사랑의 눈빛을 발사하는 엄마 옆에 딱 붙어 있고 싶어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 한 발짝 내디뎠다. 아이는 지구를 떠나 달을 탐험했던 우주 비행사에 버금가는 용기를 매일 내고 있을 테다. 그리고는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과, 엄마를 떠나 친구들과 지내고 싶은 마음을 서로 오가며 아이는 점점 독립해 나갈 거다. 하지만 아직 독립의 길은 멀어 보인다. 오늘도 낮잠 자지 않겠다는 아이와 승강이를 벌이다 결국 점심 먹고 데려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잘 적응 못 한다고 속상해하기에 2달은 짧지 않은가? 걷기, 말하기, 기저귀 떼기, 자전거 타기 모두 시기 차이는 있지만 잘해내지 않았던가? 둘째가 행복하게 어린이집에 갈 그날이 속히 오기를 기다리며 매일 아침 아이와 잘 헤어지련다.

박승혜 베이비조선 객원기자(mercyup@naver.com)
글을 쓴 박승혜 객원기자는 5세, 8세 두 아이를 키우는 동시대 육아맘이다. 출산할 때 척추 무통주사 대신 라마즈 호흡법을 활용하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이를 위해 카시트를 앞 보기로 바꾸는 등 소신 있는 육아를 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좋은 인성을 갖췄으면 하는 마음으로 ‘성품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책 육아와 성품 육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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