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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에도 공부가 필요해]돌봄계약서·사례비…손주 돌봄 잘하기 위한 세 가지 팁

By강현숙Posted2018.04.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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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장에 들어갈 때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대로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아무리 가족 간이라 할지라도 손주 돌보는 일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계약서가 필요하다. 혹 ‘계약’이라는 단어가 거슬릴 수도 있지만 이 돌봄계약서를 통해 서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존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는 필수다. 그렇다면 돌봄계약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야 할까?


 

①한계를 명확히 하라
서로 한계를 명시해야 한다. ‘아이를 조부모 집에 맡길지 조부모가 자녀 집에 와서 손주를 돌 볼 것인지’가 정해진 상황이라면 ‘돌봄 시간’이나 ‘가사 범위’를 정확히 정해야 한다.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서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계를 정해야 사생활이 보장된다.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면 사생활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조부모도 사생활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 부모도 인식해야 한다. 갑자기 전화해서 늦는다거나 애 좀 봐달라고 할 때 “나 약속 있는데” 그러면 “엄마 그 약속 취소하고 애 좀 봐줘”라고 반응하기도 한다. 그러면 조부모들은 자신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 시간을 정확히 해야 한다. 가사 범위도 한계를 정해야 한다. 이런 돌봄 계약을 하지 않으면 조부모가 자식이 고생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한두 번 청소·빨래·요리한 것을 나중에는 당연한 일로 여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딸이나 며느리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집안일에 더욱 치중하게 되면 손주 돌보는 일이 뒷전으로 밀려나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②아이 일은 부모와 의논해야
아이 교육 방식에 관해선 부모가 1순위이고 조부모는 2순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 어떤 가게의 점원이 아무리 손님이 돈이 이것밖에 없다고 깎아달라고 해도 자기 마음대로 깎아줄 수 없는 것처럼 손주를 돌봐준다고 해서 아이 부모와 의논하지 않고 나만의 방법을 고집하면 안 된다. 이를테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 “그래, 학교도 아닌데 하루 빠진다고 무슨 일 나겠어. 할머니랑 놀자”고 하면 안 된다. 일단 아이 부모와 의논을 해야 한다.


 

③사례비는 아이 안 보는 곳에서
조부모가 손주를 양육하는 시간은 주당 40시간이 넘지만, 그에 대한 사례비는 대한민국 월평균 40만~50만 원이라고 한다. 가정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사례비로 얼마가 적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면 어차피 150만원 이상 들어간다. 지금 지나치게 돈을 아끼고 저축하려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아이를 낳은 뒤 최소 3년은 저축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손주를 돌봐주기 전 조부모가 직장에 다녔다면,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받은 만큼을 그대로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례비는 매달 봉투에 넣어 드릴수도 있지만, 계좌이체를 하면 조부모가 공적인 업무를 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서 좋다. 부득이하게 현금으로 드릴 때는 아이가 안 보는 곳에서 겉봉투에 감사 인사를 써 드린다면 좋을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어느 날 손주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서 할머니가 그건 엄마한테 말하라고 했더니, 손주가 하는 말이 “할머니 우리 엄마가 할머니한테 돈 줬잖아. 그러니까 할머니가 장난감 사줘”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부모들은 사례비를 최소한 일부라도 자신을 위해 쓰면 어떨까? 옷이나 화장품을 한 가지씩 살 수도 있고 매월 영화를 한 편 볼 수도 있다. 그럴 때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또 이 같은 ‘나 대접하기’가 손주를 더 잘 돌볼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 강현숙
글쓴이 강현숙은 ‘50+를 위한 심리학 수업’의 저자로 강의 현장에서 손주 양육 중인 많은 시니어를 만났다. 수업 중 마음을 열고 내면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보니 시니어들이 손주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았고, 손주 양육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부모 칼럼’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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