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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상담실 ①] “출산 후 피임약 복용, 정말 위험한가요?”

By정용욱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Posted2018.04.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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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가만있어도 속이 울렁대는 입덧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배가 불러오면서 나타나는 묵직한 허리 통증, ‘내 다리 맞나’ 싶을 정도로 부푸는 종아리, 때로는 각종 피부병까지 생겨납니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10개월간 이어진 고생이 새 생명의 탄생과 함께 끝난 듯하지만, 이번엔 사랑스러운 아이를 잘 길러야 하는 숙제가 주어집니다.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과제도 있습니다. 그동안 자의 반 타의 반 소원했던 부부 관계도 회복해야 합니다. 실제로 출산 후 4~6주의 산욕기(産褥期·임신 전 신체 상태로 돌아가는 기간)가 끝난 산모들에게 ‘잠자리를 언제 시작해도 되는지’ ‘모유 수유를 하면 생리는 어떻게 되는지’ ‘피임약을 복용하며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지’ 같은 피임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을 경우, 첫 배란기는 출산 후 5~11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 생리가 돌아오는 시기는 6~8주가 됩니다. 이에 따르면 산욕기로 알려진 6주 전에도 임신이 가능합니다. 모유 수유를 하면, 배란이나 생리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피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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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피임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보통은 질외사정이나 콘돔을 이용해 피임을 합니다. 이 같은 방법들은 피임 실패율이 높아 자칫하면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둘째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산부인과 의사들은 더 확실하고 안전한 피임법으로 피임약을 추천합니다. 그렇지만 많은 여성이 피임약에 대한 선입견으로 피임약 복용을 꺼립니다. 외래 진료를 하며 흔히 겪는 일입니다.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몇 가지 짚어 보겠습니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향후 임신이나 출산을 할 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을 듣곤 합니다. 피임약은 태아에게 해(害)를 미치지 않습니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불임이 된다는 얘기도 사실이 아닙니다. 피임약을 복용하다 중단할 경우, 3개월 이내에 다시 배란이 시작됩니다. 임신을 다시 계획하는 분들은 투약 중단만으로 손쉽게 임신 시도가 가능해집니다. 모유 수유 중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유즙 내에 피임약이 소량 분비되긴 하지만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간혹 유방에 혹이 생긴다며 피임약 복용을 꺼리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론 오히려 피임약이 양성의 유방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유방암 발생을 걱정하는 분도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피임약은 유방암과 관련이 없습니다. 반대로 피임약을 복용하면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예방 효과가 40%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같이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에겐 난소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피임약을 적극적으로 복용하도록 권합니다. 그 외 피임약을 복용할 때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많습니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생리로 인한 빈혈을 줄이고 골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생리통이나 생리전증후군, 여드름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피임약을 복용할 때 제일 걱정해야 하는 점은 혈전증이나 동맥색전증입니다. 혈관 내에 노폐물이나 찌꺼기가 쌓이거나 혈관을 타고 흘러서 작은 혈관을 막아 발생하는 합병증입니다. 다만 발병 빈도가 10만 명당 20명으로 매우 드뭅니다. 보통 35세 이상 흡연자 중 고혈압·당뇨·비만 등이 있는 분은 피임약 복용을 가능하면 피해야 합니다. 

피임약은 산부인과에서 ‘약방의 감초’로 쓰이는 중요한 약입니다. 올바르게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다수 부인과 질환 예방에 도움되는 소중한 약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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