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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 여름방학 숙제 SOS 중!

By글 제니퍼박-밀러Posted2017.09.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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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개학 일주일을 앞두고 부모들에 개학 준비에 관한 상세한 안내였다. 신학기 학용품 목록, 첫 등교 시 반 편성 공고, 교내에서 금지된 장난감(피짓스피너, 포켓몬스터 카드 등) 목록, 아이가 소지한 모든 물건에 이름을 쓰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은 여름방학 숙제 완료 독려……. 아이는 방학이지만 워킹맘인 나는 방학이 아닌 관계로 솔직히 방학 숙제를 매일 챙기지 못했다. 남편이라도 챙겼을라나, 행여나 싶어 물어봤더니 역시 아니다. 오히려, 나보고 왜 챙기지 않았냐고 묻는 아빠. 나만 부모인가 싶어 얄미웠다. 그러나 얄미운 건 나중에 해결하고 일단 방학 숙제부터 초특급으로 해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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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점검에 들어갔다. 5가지나 됐다. 
1. 신발 끈 묵는 것 배워오기 
2. 일주일에 2번은 꼭 놀이터나 공원 및 야외 놀이를 하고 달력에 상세 기입하기 
3. 아침에 기상 후 자기 방이불 정리하고 달력에 기입하기 
4.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대여 카드 만들기와 책 5권 빌려서 읽기 
5. 일주일에 1회 집안 일 돕기

이럴 때에는 같은 반 친한 학부형한테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싶어, 아이의 여친인 비아나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날짜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할까?” “비아나는 숙제 다 했어?” “어느 수준으로 상세히 적어야 하나?” 등등. 그러나 워킹맘인 비아나 엄마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야외 활동을 매일 수영 교실 간 것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달력 기입은 7~80% 수준의 완성도로 작성하겠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흠, 남편이랑 머리를 짜봐야겠군’ 하며 달력을 펼쳐 기억 더듬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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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방학에 2주간 가족 여행 간 것을 빼고 개학까지 거의 7주. 일단 거꾸로 방학날부터 되짚어보면서, 급조한 게 들통 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했다(그러다 보니 내가 초등학생때, 온 가족이 방학 숙제 노역에 재능 기부해준 기억도 새록새록 났다). 일단 야외 놀이는 캠프에서 운동한 일정으로 맞추면 될 것 같으니 2번은 무사통과! 큰 소리 몇 번 내면, 나름 베개와 이불을 정리하고 나오니 방학 숙제 의도대로 이불 정리는 대충 70% 이상은 되는 것 같으니 일단 3번도 통과!  4번도 무사통과! 5번은 남은 일주일간 신발 정리 및 화분에 물주기라도 시키면 일단 숙제 할당량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깜깜한 건 1번이었다.  

찍찍이 신발만 신던 아이에게 신발끈 묶는 법을 가르치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어른인 나도 사실 야무지게 끈을 매지 못하는데 아이에게 가르치라니. 그냥 찍찍이 신발 쭉 신으면 안 되나 싶었다. 남편은 동영상을 찾아보자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 동영상도 있을까 싶었는데, 세상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동영상이 나왔다. 그중에서 가장 쉽게 따라할수 있는 동영상을 3개 고르고 남편과 함께 시청해보니 신발 끈 매는 방법이 이리도 천차만별인 줄 정말 몰랐다. 면밀하게 시청 후 온 가족이 쉽게 따라할 동영상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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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 부부부터 여러 번의 재생 끝에 예습복습을 반복해 보았다. 그리고 운동화 한 짝씩 들고 서로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시연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라! 설명하려니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도 서로에게 네가 설명을 더 잘하는 것 같다며, 등 떠밀듯이 역할을 분담했다. 그리고 이제는 실전 상황. 한참 마당에서 개미 관찰 중인 아이를 불러서 방학 숙제 1번에 대한 시연을 해보이며 신발 한 짝을 아이 앞으로 밀고 같이 해볼 것을 권유했다. 아이는 통통한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지만 역시 매듭을 매는 게 쉽지 않은 듯 했다. ‘X’를 만들어 위 신발 끈을 밑으로 넣어서 당기고 “자, 아빠 봐봐!” 하며 열변을 토하는 아빠. 아이는 별로 당기지 않는지 흥미를 잃고 “나 지금 신발이 더 좋아”라고 말하며 자리를 슬그머니 뜬다. 마루에는 휑하니 어른 운동화 한 짝, 아이 운동화 한 짝이 나란히 뒹굴고 있었다. 머리를 긁적대며 고개를 절래 흔들고 한숨을 쉬는 아빠. 정말 코믹한 상황이었다. 나는 “잘했어, 첫 시도인데 X자까지 간 게 어디야. 시원한 냉수 한 잔 줄까?” 라며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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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재시도에 들어갔다. X자에서 첫 매듭까지의 미션 수행을 놓고 사무엘 아빠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반복 시연했다. 여전히 첫 매듭을 반대로 하는 아이 그리고 이내 흥미 잃어버리기. 그 다음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다 아이나 아빠나 둘 중 누구 하나가 폭발할 것 같아 한동안 휴정을 하는 게 현명해 보였다. 

드디어, 내일이 개학이다. 숙제 1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 중이다. 벼락치기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시대를 불문하고 방학숙제는 왜 어른인 부모들이 벼락치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지. 한 가지 분명한 건 방학 숙제는 귀찮아도 부모가 매일 미리 챙겨놓지 않으면, 그 부메랑이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 혹 내가 어릴 때 방학 숙제를 제대로 안하고 내 가족들을 부역시킨 게 돌고 돌아서 부모가 된 나한테 이제 돌아왔나 싶기도 하다(웃음). 솔직하게 숙제 목록에 진행 중인 것을 학교에 이실직고하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서 언제까지 완료할지 정하는 수밖에……. 그것이 겨울 방학까지 이어지더라도 말이다. 

글 제니퍼박-밀러   
글을 쓴 제니퍼박-밀러는 현재 CJ 미주법인에서 Sr, SCM manager로 일하고 있다. 일이 삶의 중심인 양 싱글로 아시아-유럽-미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다가, 38살에 늦은 나이에 유태인 집안과 결혼한 경상도 아줌마다. 유태인 시댁을 통해 아이 양육에 대해 매일 배우고 깨달으며 일, 육아, 결혼 세 마리 토끼의 균형을 잡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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