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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트리오맘의 ‘육아의 기본’] "판단하지 말자, 아이는 성장중이다."

By글 이순영Posted2017.08.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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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확신을 가지고 육아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많은 순간을 ‘이게 맞는 길인가?’ 고민하는 게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중요하며, 또 자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나라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삶의 방식이 많이 비슷하고, 또 거기에 더 비슷해지고자 노력하는 것이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상대방의 방식대로 집을 꾸미고, 옷을 입고, 요리를 해 먹고, 아이를 키우고, 그것이 행여 나의 방식과 많이 다르더라도 그가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거기에다가 ‘왜’ 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되면 세상 살아가는 일이 참 많이 피곤해진다. ‘애를 왜 저런 식으로 키우지?’, ‘왜 저 집은 애 학원도 안 보내고 키운대?’ 이런 건 나 자신의 삶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주변사람에게까지 피곤하게 만든다. 

미국은 워낙 이민자 국가라 그런지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 그렇게 어우러지는 다양한 문화들을 매일 같이 접한다. 그리고 워낙 다 다르다보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잣대 또한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일일이 사고나 태도, 입장이 다른 것을 ‘왜’라고 꼬리를 달다보면 끝이 없기 때문이다. ‘아, 저 나라는 저런가 보다.’, ‘이 사람은 이런가 보다.’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렇듯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대인관계의 스트레스가 그만큼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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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단톡방(단체 카톡방)에서 학부모들은 매일 학원 얘기와 공부 얘기 애들 과제 얘기, 그거 아니면 할 얘기가 없나 싶을 정도로 정보를 공유했다.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상적이지 않다 싶을 정도로 심해졌다. 점점 지치고 질려갔다. 누가 뭘 어떻게 하는지를 왜 알아야하며 그것이 지금 내 아이가 하는 것들의 기준이 되어야하는지 한 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었다. 옆집 아이가 국어 수학 100점 받아온 것이 내 아이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주변 아이들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촉을 세우고 있는 상태에서 부모가 아이를 붙잡고 뭔가 하나라도 가르쳐 주려고 하면 자기 아이가 잘 한다는 느낌을 받기가 힘들다. 그럴 바에 차라리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격려해주면 그 안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당장 눈앞에서 문제를 못 푸는 것 가지고 아이의 전체를 싸잡아 판단하는 엄마는 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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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국에 와서 가장 속 편한 점 중 하나는 아이의 공부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공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남이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걸 보면서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할 예의를 갖추고 그것으로 더불어 나가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이런 것들을 마련해주는 것이야 말로 엄마의 역할 아닐까? 아이들을 대할 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자체 발광하는 아이를 볼 때면 이 아이는 그걸로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 애는 미국에 온 지 1년 반이 되었는데, 영어 발음도 아직은 한국식 억양이 강하게 남아 있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수준으로 아이들 앞에서 오카리나 연주도 하고, 연극 대본을 써서 반 아이들과 연습해 교실에서 공연도 한다. 때로는 학교에 색종이를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종이 접기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북클럽을 만들기도 하면서 나름으로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다. 부족한 게 아직 많기 때문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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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나름 정통한 학원 강사 출신이지만 나는 내 아이를 가르치진 않는다. 다만 아이가 모르는 것이 있고, 궁금한 게 있을 때면 정중하게 부탁을 해서 도움을 받으라고는 가르친다.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고, 엄마의 시간도 귀한데 그걸 네 공부에 쓰게끔 하고자 하면 부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이는 혼자 하기 버거운 숙제가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공손한 태도로 나에게 부탁을 한다. 그리고 나머지 것들은 혼자 해결한다. 

아이들은 채워지고 완벽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쓰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고 불완전하고 못하는 것들을 꺼내 쓰면서 발전해가고 그런 것들로 충분히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 또한 아이의 못하는 부분을 먼저 볼 것이 아니라 아이가 헤쳐 나가는 것들을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부모 상담을 할 때 처음에는 아이가 문장에서 마침표를 빼먹은 적이 많은데, 어느 순간 아이가 마침표를 찍고, 틀리게 쓰던 맞춤법도 조금씩 맞아가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선생님의 시각이 이러하니 발전하지 않는 아이는 물론 칭찬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 아이 또한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집에서는 부모가 해줄 수 있다. 작년 이맘때 아이가 썼던 글과 지금 쓴 글을 한 장씩 꺼내 놓고 어떤 발전을 했나 한번 보자. 아이를 판단하지 말자. 아이는 지금 발전 중이다. 

글 이순영(ladakh1@naver.com) 
  
글을 쓴 이순영 씨는 현재 미국에서 삼 남매를 키우고 있다. 잘 나가던 대치동 학원 강사였던 그녀는 ‘내 아이는 성적이 우수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육아를 시작했다. 그러나 육아라는 것이 비단 공부를 잘 하는 아이로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는 뒤늦게 깨달음을 얻고 자신과 가족의 심리를 들여다보며 다시 아이 키우는 공부를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엄마성장육아>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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