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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아줌마와 뉴요커 아빠의 육아 스토리]5살짜리 아이와의 무모한(?) 유럽 여행에서 얻은 것들

By글 제니퍼박-밀러Posted2017.07.1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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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이건 정말 서바이벌 여행이었다. 다섯 살배기 아이랑 2주간 도보 이동이 많은 유럽 여행이라……. 친정엄마의 말씀대로 우리가 용감한 건지, 애를 잡으려고 가는 건지 우리도 모른 채 여행 준비에 돌입했다. 혹 아이가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우리가 향후 방문할 도시의 명소를 보여주며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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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서 본 것 중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뭐야?”
“비둘기 놀라게 해주고 싶어! 그리고 아이스크림 먹기!” 

그 많은 박물관, 조각, 음식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비둘기와 아이스크림이라니, 쩝. 옆에서 우리 모자를 지켜보던 남편 데이빗은 웃으며 “마미의 기대치가 너무 높군. 사무엘이 장기간의 여행을 잘 할 수 있도록 우리 같이 아이디어를 모아보자”고 했다. 유태인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자의 기도(Hebrew: Tefilat Hadereach)’로 서로를 축복해주었다고 한다. “Help us reach our destination healthy, Happy, and whole - 건강하고 행복하게, 무탈 없이 다녀오게 해주세요.” 그래서 우리도 서로 축복 기도를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여행 약속 카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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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여행에 대한 서로의 바람을 들어보며, 아이의 젤라또와 나의 카푸치노는 이틀에 한 번씩 꼭 즐기기로 정했다. 그리고 셋 다 잘 나온 가족사진 한 장도 반드시 사수하는 것으로!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17시간의 긴 비행시간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 친구 엄마한테 들은 팁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아이가 지겨워할 때마다 하나씩 뜯어볼 수 있는 깜짝 장난감 준비하기! 각각 다른 색깔의 포장지로 깜짝 장난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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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포장을 풀 때마다, 하나씩 얻는 장난감 재미에 푹 빠져 덜 보챈다니, 제대로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각 비행 여정에서 5개씩 깜짝 선물을 뜯는 것으로 정하고, $1 가게에 가서 스타워즈 모형, 포키몬스터 카드 등 10가지 항목을 구입했다. 그리고 색칠공부 도안까지 프린트해서 준비했다. 

드디어 시작한 2주간의 여정. 아침에 아이와 함께 지도를 보면서 일정을 정하는 재미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조금씩 단어를 읽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오늘 갈 장소를 가르쳐주며 숨은 그림 찾듯 지도에서 찾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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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정답을 외치면, 그날의 기념품 가게 선정은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물론, 아이가 고른 기념품 가게가 정말 별로인 곳도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가게 주인과의 흥정, 그리고 그 안에 진열된 형형색색의 기념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이에게 무엇이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주저하지 않고 엄마 아빠와 함께한 피자 요리 수업이라고 답했다. 엄마, 아빠의 피자보다 자신의 피자를 더 크게 반죽했고, 내가 원하는 토핑을 넣어 더 맛있었다고……. 사실 하루 종일 아이를 끌고 다녔는데, 크게 보채지 않고 잘 따라와 준 아이에게 고마워 급조로 알아본 요리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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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급조한 항목이 이렇게 큰 추억으로 남아있을 줄이야. 아이의 말을 들으며 박물관, 유적지 등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대수인가 나중에 사진으로 보면 되지, 여행에서 즐거운 기억이 한 가지라도 있었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처음 우리가 약속한 여행 카드에 목록이 다 이루어진 것 같아 이번 여행이 흡족하다고 말했다. 사실 여행 준비를 할 때 야심차게 이 곳 저 곳 다 가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반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아이와의 여행은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보다는 조금 늦은 걸음으로 백지를 함께 채워나가며 생각지 못한 변수에 웃고 즐거워하는 여유가 진정한 묘미는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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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아이는 어느 나라로 여행을 다녀온 지조차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만든 피자만큼은 오래토록 기억할 것 같다. 우리 가족의 2017 여름휴가는 이렇게 끝났다.

글 제니퍼박-밀러   
글을 쓴 제니퍼박-밀러는 현재 CJ 미주법인에서 Sr, SCM manager로 일하고 있다. 일이 삶의 중심인 양 싱글로 아시아-유럽-미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다가, 38살에 늦은 나이에 유태인 집안과 결혼한 경상도 아줌마다. 유태인 시댁을 통해 아이 양육에 대해 매일 배우고 깨달으며 일, 육아, 결혼 세 마리 토끼의 균형을 잡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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