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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카톡이 육아에 필수!?

By박승혜 베이비조선 명예기자Posted2017.07.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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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서 카톡 앱을 삭제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물론 내게도 카톡은 별도의 문자비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 편한 앱이었다. 두 아이 육아와 잦은 이사로 섬에 갇힌 듯 고립된 나에게 카톡은 한줄기 빛과 같던 탈출구였다. 지인들과 육아, 결혼의 힘든 점을 토로하며 서로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며 활력을 얻기도 했다. 그런데 카톡이 매번 나에게 고마운 존재였던 것은 아니다. 시시때때로 울리는 카톡 알림에 일상에서의 흐름은 뚝뚝 끊기기 일쑤였다. 아이 수유할 때, 책 읽어줄 때, 소꿉놀이할 때, 오랜만에 내 책 읽을 때도 카톡은 내 일상으로 불시에 뛰어 들어와 방해꾼 역할을 했다. 특히 단체 톡 같은 경우, 빠르고 방대하게 흘러가는 대화 흐름을 놓칠 때면 역주행으로 열심히 돌려보고 적절한 대답 찾기에 골몰하기도 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사람에게서 오는 ‘널리 퍼뜨려 주세요.’와 같은 정보 혹은 게임 초청 카톡에 립 서비스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겨울, 중차대한 결심을 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인터넷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유용하게 쓰였던 터라 차마 폴더 폰으로 바꾸지 못하고, 카톡 앱을 삭제하는 거사를 감행했던 것이다. 대신 남편과 둘만 대화할 수 있는 앱을 깔아 소통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금단현상이 아닌 자유가 찾아왔다. 내가 보고 싶을 때 스마트폰을 볼 권리가 더 많이 생겼고, 일상의 흐름을 끊고 누군가의 카톡에 대답해야만 하는 반강제적 의무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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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카톡을 다시 살려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든 일련의 사건들이 생겼다. 그동안 카톡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는 디지털 디톡스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이해시킬 수 있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를 독특하고 까다로운 엄마 혹은 앱을 깔 수 있는 스마트폰도 쓰지 않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평가했다. 아주 조금 불편했지만 카톡을 쓰지 않는 내 삶은 만족스러웠기에 그런 시선쯤은 그럭저럭 받아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카톡을 쓰지 않자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져 나왔다. 

여름을 맞이하여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첫째에게 큰일이 있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수영장은 공지사항을 전달할 때 핸드폰 카톡을 이용했다. 그러다 며칠 전, 수영장에서 수질이 나쁜 관계로 당일 수업을 급작스레 쉰다는 연락을 나만 못 받았다. 카톡을 쓰지 않는 내게 문자나 전화로 연락을 줘야 하는데, 수영장 측에서는 으레 단체 카톡을 보냈으니 따로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 아이가 도착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 연락을 취해보니 아이만 중간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난리가 났다. 다행히 아이는 유치원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수영장 측에서 실수를 사과했지만 놀란 마음이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카톡 앱 없앤 걸 처음으로 후회했다. 

둘째가 다니는 도서관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 전 준비물과 수업 시간에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셨다. 따로 문자를 주실 때도 있었지만, 자주 깜빡하셨다. 번거롭게 따로 문자를 보내 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러워 사진은 내 폰으로 찍는 걸로 만족했고, 준비물은 처음 나누어준 스케줄 표를 참고해 가져가곤 했다. 
하지만 카톡과 비슷하게 쓰이는 밴드(Band)는 유지 중이다. 아들이 때론 신나게 가고 싶고, 때론 빠지고 싶은 욕망이 교차하는 태권도 학원에서 밴드를 통해 공지사항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좀처럼 앱을 깔지 않는 내가 밴드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아이 때문이었다. 첫째 어린이집 학부모 모임이 밴드에서 이뤄졌다. 밴드는 밴드 안에 만들어진 모임 멤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이런저런 대화하는 톡(talk)은 없고 학원에서 일방적으로 보내는 공지사항이 주가 돼 카톡과 달리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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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육아 필수품이 되어버린 카톡과 밴드. 회사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톡에 묶여버린 워킹맘과 달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기라도 카톡만큼은 여전히 쓰지 않을 생각이다. 카톡 삭제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게 더 많아서다. 일단 “카톡”하는 경박스러운 목소리가 내 일상을 뚝뚝 끊는 일이 없어졌다. 카톡 사진을 보며 다른 사람의 삶을 질투하며 현재를 불평하는 일도 없어졌고, 얄팍하게 이어온 인간관계도 정리되었다. 

카톡 앱 삭제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육아에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한번 핸드폰을 들었다 하면 놓을 줄 모르는 자제력 제로의 엄마와 그런 엄마를 애타게 불렀던 아이들. 핸드폰 들여다보는 횟수가 현격히 줄어들다 보니 아이들 요구를 더 잘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 함께 블록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어주다 쉼 없이 울려대는 카톡이 궁금해 달려가는 일도 없어졌다. “카톡” 소리 대신 가끔 반갑지 않은 “엄마, 이것 좀 해줘!”라는 소리에 반응해야 하지만 불러주는 이때가 감사한 거겠지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자제력 제로고 에너지도 별로 없는 저질 체력인 나에게 카톡 없이 아이들과 열심히 눈 마주치며 사는 요즘이 참 좋다.

박승혜 베이비조선 명예기자(mercy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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