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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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맘이 전하는 실리콘밸리의 아이들] 아이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스포츠의 힘

By글 이예림Posted2017.04.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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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가장 힘든 건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애는 안 시켜도 될까’라는 고민의 늪에서 탈출하는 거다. 모든 부모가 각자의 육아 철학이 있지만 준거집단의 지배문화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도 인도, 중국,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고 재작년에는 처음으로 아시아 인구가 백인 인구보다 많아지면서 이 지역의 교육열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2중 언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많고, 심지어 돌도 안 지난 아기한테 3중 언어를 가르치는 어린이집도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는 어릴 때 많이 뛰어놀아야 돼’ 라는 철학으로, 최근에 시작한 사교육이 있으니 바로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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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열광하는 스포츠
매년 2월 첫 번째 일요일, 슈퍼볼(Super Bowl) 게임이 열린다. 미국 전역에서 1억 명이 관람하며, 30초 광고 한 편에 60억 원이 넘는 대표적인 미국 스포츠 이벤트다. 풋볼,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중요한 스포츠 게임이 있는 날이면 온 거리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저지(jersey)를 입고 모자를 쓴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날씨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몰토크(small talk) 주제이기도 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국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단연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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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동네마다 리틀 리그 연습과 게임으로 야구장이 꽉 찬다. 아빠들은 코칭스탭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시합이 있는 날이면 온 가족이 응원을 간다. 보통 18개월 이상 토들러들은 농구 수업을 시작할 수 있고, 만 3세부터는 축구와 야구 리틀리그에 참여할 수 있다. 방학이면 수많은 스포츠 캠프가 열리고, 아이들은 어느새 스포츠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자아이에겐 발레, 남자아이에겐 축구가 아니라 미국에서는 여자아이도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한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고등학교, 대학교, 어른이 되어서까지 아이의 인생과 함께한다.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것
아이의 첫 농구 수업에 나는 사진사로 참관해 아이를 지켜봤다. 운동을 넘어서서 아이는 참 좋은 것들을 배우고 있었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공을 던지는 것, 농구 코트에서는 공을 발로 차면 안 되는 등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 서로 팀을 이루어 친구들과 함께 협동해서 팀플레이를 하는 방법, 그리고 수업이 끝날 때는 손을 한데 모아 “배스킷볼!”이라고 외치며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의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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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과 마음, 두 마리 토끼 잡기
내 아이가 늘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첫 번째 소망일 것이다. 그다음은 아마 행복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것 아닐까. 몸도 튼튼하고 마음도 즐거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스포츠를 통해서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일리노이 주립대학교(UIUC)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주기적으로 운동을 한 아이들이 몸의 성장발달뿐만이 아니라 뇌 발달도 촉진해서 정보 습득과 처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규칙적으로 스포츠를 생활화한 아이들은 집중력, 사회성, 학업성취도, 자신감, 도전정신 등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보인다고 한다. 게다가 운동을 하면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분비되니, 몸을 움직일수록 아이들은 더 행복하게 커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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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경쟁력으로, ‘자유로움’이 창의력으로
유학 시절, 승부는 결국 ‘체력’에서 갈렸다. 수많은 과제를 해내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똑똑해도 장기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곳 아이들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과정에서 스포츠는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의 짐(gym) 수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커가면서 평생 즐겁게 운동할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스포츠를 함께 찾아준다.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좋은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은 온전히 부모인 우리 몫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의 타고나는 재능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건강한 취미와 습관은 어릴 때부터 잘 자리 잡게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나 역시 운동에 대해 아이의 몸이 먼저 기억하도록, 즐거운 느낌이 들 수 있게 계속해서 도울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와 함께 숨 가쁘게 뛰고 땀을 흘린다.

글 이예림 (aimee0630@gmail.com)

글을 쓴 이예림 씨는 CJ와 P&G에서 브랜드마케터로 커리어를 쌓아오다가, 기업의 문화 예술 활동 지원을 통한 사회 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결혼 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남편을 따라 실리콘밸리로 이주, 그곳에서 두 살 아들을 키우며 아이의 상상력과 잠재력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창의 육아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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