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문가칼럼

[아동심리상담가 엄마의 ‘육아, 쉽게 합시다’]잊고 있었다, 아빠는 아군이고 동지라는 것을

By글 김수림(아동심리상담가)Posted2017.03.20 16:01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 이미지
긴 연애 끝에 결혼의 문턱을 넘어 아내와 남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부모가 되었다.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고, 그저 행복하고 설레는 일만 있을 줄 알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 가정이 더 행복해질 거라고만 생각했지, 남편과 나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찬이가 태어나면서 우리 부부는 예상치 못한 거대한 스트레스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일할 때는 쉬는 날이라도 있었는데 엄마가 되니 밤이고 주말이고 상관없이 야근, 특근이 일상이었다.

그러다 육아를 잠시 맡길 수 있는 구세주 같은 남편이 퇴근하면 우리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남편의 서툰 육아 방식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서로 육아에 대한 의견 차이가 생겨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다보면 어느 새 작은 다툼의 불씨가 커져 서로 상처를 주었다. ‘잠이 부족해서 더 쉽게 짜증이 나는 걸까?’ 스스로 다독여 보려고 하지만, 남편의 말 한 마디에 쉽게 눈물이 나고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기사 이미지
육아 전쟁터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다 보니, 처음에는 나만 고생하는 것 같고 나만 잠을 못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남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남편도 어떻게 해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나처럼 두려웠겠지’. 나는 남편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를 기대하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 남편에게 화만 내고 있었다. 우리는 육아 전쟁터에서 적군이 아니라 아군이라는 것, 한 팀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존 가트맨(John Gottman) 심리학 박사는 우리가 아기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부부간의 행복하고 건강한 관계라고 말했다. 아기를 잘 키우려고 다투느니, 부부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행복한 아기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부부 관계 연구에 따르면, 부부들은 싸움의 내용 그 자체보다도 과정에 관한 것으로 더 크게 싸우게 된다. 즉 아기가 태어난 것 자체가 싸움의 원인이 되기보다는 서로의 감정과 노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다툼이 된다.   

“자기야, 애기 운다. 기저귀 좀 봐봐” 
“(다른 행동을 하느라 못들은 남편에게 짜증난 말투로) 자기야. 계속 울잖아. 기저귀 보라니깐.” 
“알았어. 근데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해?” 
“내가 뭘?” 
“시키듯이 말하잖아” 
“자기도 그럴 때 있어”
“여기서 왜 예전 얘기가 나오는데?”
 
돌이켜보면, 크게 목소리 높여 싸웠던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왜 싸웠었지?’ 라며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사소한 다툼들이 많았다. 아기에게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모두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노력하고 애써야 하는 것이다. 부부 관계가 회복되면, 아기를 돌볼 심리적 여유도 커지게 된다. 
그래서 나부터 변해야한다는 생각으로 남편에게 쑥스럽지만 ‘함께 해줘서 고마워. 자기가 나보다 나은 것 같은데’ 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의 육아 효능감이 높아졌고, 서툴렀던 남편은 이전보다 능숙해졌고, 어느새 토요일에 내가 일하는 동안 두 아이의 아빠로서 혼자서 육아를 책임지는 슈퍼맨 아빠가 되었다. 지금의 남편은 큰 아이를 처음 안았던 이전의 남편이라면 상상도 못할 모습이다. 퇴근해 돌아온 나에게 질투를 유발하듯 아이들이 얼마나 아빠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 자랑처럼 말하기도 하고, 주변 초보 아빠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한다.

기사 이미지

 
남편도 나의 변한 말투에 화답하듯 ‘고생했어. 힘들었지. 오늘도 잠을 제대로 못 잤겠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여전히 남편과 나는 사소한 것에 마음이 상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빠와 엄마로서의 삶에 감사하며,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정해주면서 살아간다. 우리 부부가 무언가 잘못 되어서 육아가 힘든 것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육아는 힘든 여정이며, 이러한 힘든 과정을 함께 잘 견디고 버티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힘든 육아의 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있어서, 함께 힘든 과정을 겪어주는 동지가 있어서 오늘도 힘을 내본다. 

글 김수림(아동심리상담가)  
 
글은 쓴 김수림은 2세 여아, 5세 남아를 키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및 소아정신과 임상심리전문가 과정을 거쳐 TV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현재 허그맘심리상담센터 마포지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동시대 육아맘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에게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육아법을 전하고자 한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