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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할배의 무릎 교육]일곱 살 손자 육아 참 어려워!

By글 이상인Posted2017.03.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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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외식을 하는 날이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성규는 스마트폰을 달라고 했다. 외식을 하는 날은 성규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날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것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지만 외식을 하는 날만큼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어른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기 위해서다. 오늘도 어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손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음식이 나와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포크로 더듬듯이 하며 접시에 있는 고기를 찍어 먹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고기보다는 스마트폰의 동영상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칠 때 쯤 후식으로 단술이 나왔다. 성규 엄마는 아들에게 단술을 건네주었다. 성규는 보고 있는 동영상에 눈을 고정시킨 채, 손으로 더듬어 단술을 받다가 엎질러버렸다. 엎질러진 단술은 옷을 적셔버리자 드디어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성규도 그제야 일이 크게 벌어진 것을 알고 벌떡 일어서서 울상을 지으며 “제가 실수를 했어요, 잘못했어요”라며 용서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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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화가 났지만 막상 아이가 잘 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실수는 괜찮아. 엄마 아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거야”라고 하면서 오히려 갑자기 아이를 달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실수를 한 아들을 용서했지만 단술이 쏟아져 옷이 젖었고 밥알이 여기저기 묻어있는 것을 휴지로 수습하다 보니 짜증이 났던 모양이었다. 아이에게 다시 훈계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단술을 주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단술을 받아야지, 눈은 스마트폰에 두고, 손만으로 받으니까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라며 불평을 터뜨렸다. 성규는 단술을 쏟아, 거센 폭풍우가 몰아칠 것으로 걱정했는데 그런 폭풍우가 미풍에 그치고 나니 일단 안심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름억울하기도 했는지 “내가 먹기 싫다고 했는데 엄마가 자꾸 줘서 쏟은거야” 라며 단술을 쏟은 원인을 엄마에게 돌렸다. 엄마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드는 모습을 할아버지는 보았다.

며칠 뒤, 성규가 TV에 나오는 로봇의 흉내를 내는 모습이 할아버지에게는 참 귀엽고 보기 좋았다. 그런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성규에게 한 번 해보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할아버지에게 자랑을 하고 칭찬도 받고 싶은 마음에 얼른 일어나 하는데 그날은 하기 싫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성규에게 할아버지는 한 번만 보고 싶다며 채근을 하였더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두고 정색을 하며 일어서 “할아버지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왜 자꾸 해보라고 해요?” 라고 하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갑자기 손자에게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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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만 해도 성규는 어른들이 말하면 고분고분 잘 들었다. 할아버지가 무엇을 시키거나 주의를 주고 확인하기 위해 “알았어? 몰랐어?” 물으면 당연히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대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불평이나 반항하는 모습도 더러 보이고 있다. 만 5년하고 3개월째 접어든 아이의 말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당찬 소리를 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왜 그렇게 하여야 하는지 꼬치꼬치 이유를 따지는 일도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버릇없는 아이로 보이기도 하고, 자기주장이 생기기 시작하는 아이로 보이기도 한다. 옛날 어른들의 눈으로 보게 되면 이렇게 버릇없이 자라는 아이는 예절교육부터 시켜야 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이는 지금까지 늘 어른들 말이라면 “네” 라고만 대답해왔던 세상에서 벗어나 이제 “아니요” 라는 말도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할아버지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요즈음 젊은 세대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자식을 하나, 아니면 둘 밖에 키우지 않다보니 ‘옥이야 금이야’ 하면서 키우게 되고, 그렇게 키우다 보니 예절도 모르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로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 아빠 엄마들은 어른들의 그런 우려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같다. 남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식을 기죽지 않게 키우는 것을 더 중요시 하는 것 같다. 옛날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부모 말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였고, 예절이 바르고 똑똑한 아이가 장래 촉망이 되는 아이였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에게 잠재되어있는 자존감이나 창의력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도 변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잘 듣고 착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지만, ‘마마보이’가 되는 것은 원치는 않는다. 예절 바르게 키워야 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의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자랄 수 있는 싹을 짓뭉개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부모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 착한 아이보다, 때로는 벗어날 줄도 아는 아이가 건강한 아이이고 정상적인 아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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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 엄마는 할아버지보다 인내심이 부족하다. 아이가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고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방으로 데려가 야단을 치고 훈육을 시킨다. 성규는 엄마 손에 붙잡혀 방에 갔다 나오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는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손자가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쓰는 것은 자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른들 눈에는 용납되지 않을 때가 있겠지만 참고 기다리면 저절로 돌아오고, 저절로 해결되기도 한다. 역설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쳐 놓은 울타리를 때로는 벗어날 줄 알아야 미래에 요구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경험이나 지식이 중요한 자산이 아니고, 사람의 자존감과 창의력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유일한 공장자산은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얘기도 있다. 자라는 아이에게 이웃을 배려하고 어른을 공경하도록 하는 교육은 반드시 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자존감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는 없어야 될 것이다. 

오늘도 성규 할머니는 성규에게 열이 받아 할아버지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서 “왜 말을 안 들어?” 하면서 야단을 쳤더니 “그야 내 마음이지” 하더라는 것이다. 손자 마음과 할아버지 할머니 마음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도 할아버지는 조화로운 육아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미운 일곱 살에 접어든 손자의 육아는 참 어렵다.

글 이상인(blog.naver.com/sanginlsi)
글을 쓴 이상인 씨는 평일에는 세무사업을 하고 주말이 되면 가족과 전원으로 돌아가 약 600여평의 텃밭을 가꾼다. 텃밭을 가꾸면서 보고 느낀 일들과 손자가 성장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또 양육하면서 기록한 이야기들을 <할아버지의 육아일기>라는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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