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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맘이 전하는 ‘실리콘밸리의 아이들’] 제 1화, 실패 경험은 곧 창의력의 날개

By글 이예림Posted2017.03.1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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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등 세계적인 혁신을 일궈낸 기업이 즐비한 곳, 미국에서 매년 고소득 직종으로 손꼽히는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모여있는 곳, 최고의 명문 학교들이 밀집돼 있는 곳,  바로 실리콘밸리다. 6년째 이곳에 살면서 한국 엄마의 시선으로 미국 내에서도 특수한 지역인 실리콘밸리와 이곳 아이들의 창의 교육을 지켜봐왔다. 그리고 한국의 대치동 못지 않은 교육열을 자랑하지만, 교육방식은 사뭇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 

창의력은 이미 아이들 안에
싱글이었을 때, 유별난 조카 사랑으로 숱하게 조카의 수업을 따라다녔다. 당시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음악, 체육, 영어 학교는 다 가봤다. 그런데 미국에서 내 아이의 수업을 다녀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왜 이렇게 선생님들이 해주는 게 없지?” “수업 내용이 좀 부실한 것 같아” 처음에 몇 번 수업을 다녀온 뒤, 남편에게 투덜투덜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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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ndermusik
아이의 음악 수업, 선생님은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새로운 악기를 가지고 와 매트 위에 깔아놓았다. “Come on, kids. Let’s explore!” 내가 수업시간에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는 ‘explore’, 마음껏 탐험하고 발견하기다. 아이들은 하나 둘 악기가 될 수 있는 장난감을 손에 쥔다.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리고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묻는다. “Can you make a sound?” 아이가 스스로 고민하게 한다. 어떤 아이는 두 장난감을 부딪혀 소리를 내고, 어떤 아이는 뺨에 비비고, 어떤 아이는 바닥에 타닥타닥 소리를 내본다. 정답은 없다. 어른들 눈에 이상하리만큼 서툰 솜씨도 “이야 그거 참 새로운데? 멋져”라고 칭찬해준다. 생활 속 물건을 가지고 악기도 만들어본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소리가 나는지 본능적으로 방법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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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아이와 쉼없이 “놀아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잠시라도 내가 다른 일을 해서 아이가 혼자 놀면 그게 그렇게 미안했다. 그때 친정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말씀은 “아이들도 혼자 노는 시간이 필요해. 그래야 스스로 발견하면서 충분히 재밌게 놀 수 있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지켜보니 아이는 정말 신나게 놀고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새로운 장난감이었고, ‘어 그건 거기에 쓰는게 아닌데’ 생각하는 찰나 이미 뚝딱뚝딱 멋진 장난감을 만들어 까르르 웃으며 놀았다. ‘사용설명서’에 적힌대로 만들어주는 장난감이 아닌 아이의 상상력에 의존해서 만들어가는 세계는 충분히 멋졌다. 스티브잡스의 말이 떠올랐다. 실수와 실패는 또다른 창조의 시작이라는 것.

선생님은 아이의 뒤 한 발짝 물러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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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사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세계최고의 혁신과 마주하며 자란다. 큰 행운이다. 공원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드론, 길을 활보하는 무인자동차, 근처에 있는 NASA 연구소 등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환경이 어쩌면 실리콘밸리 아이들이 가진 특권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코딩(Coding,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도 실리콘밸리의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다. 코딩교육은 한국에서도 내년부터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되었고, 이미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의 나라에서는 코딩교육이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우리처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부모들은 아이들의 코딩수업을 도와주기 위해 종종 학교를 간다. 그럴 때면 딱딱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코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닌 재미난 질문부터 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꿈이 뭐에요?”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 수업이 좋은 툴이 되어줄 거에요.” 전자제품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의 코딩 수업에서는 블럭이나 테크놀로지 키트가 교재로 등장한다. 수업할 때의 유의사항은 단 하나 한발 물러서서 아이가 마음껏 꿈꿀 수 있도록 자극만 하기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일일 선생님이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There’s no such thing as a stupid question.” 세상에 엉뚱하고 이상한 질문은 없다는 것. 그들은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을 멋진 이야깃거리로 만들어주는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또다른 상상력을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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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자체에 박수를
“DREAM BIG AND DARE TO FAIL!” 미국의 유명한 탐험가 노먼 본이 말했다. 실패하면 어떠하리, 꿈을 크게 꾸는게 더 중요하다. 내 아이를 제2의 스티브잡스처럼 키우고 싶은가? 그럼 그 성공 뒤에 숱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가 미국 회사에 다니던 시절 Day 1에 매니저에게서 들은 첫 이야기는 바로 “많이 실패해보라”는거였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상사들로부터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잘 해야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는데 실패해도 된다니… 실패를 통해 얻는 경험만큼 값진 레슨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문화가 놀라웠다.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 회사가 있는 실리콘밸리. 하지만 90%가 실패하고 10%만이 성공한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 중 실패해보지 않은 회사,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직원이 있을까? 이러한 문화적 충격 속에서 내가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게 뭘까 생각해봤다. 그건 꿈을 꾸는 자유로움과 시도하는 용기였다.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하는거야” 엄마는 아이가 처음 보는 사물에 대해 설명해주기 바쁘다. 그런 행동이 우리 아이들을 새로움과 마주하여 탐색을 끝내기 전에 정해진 사고의 틀에 가두는 게 아닐까. “실패해도 괜찮아. 네 꿈을 위해 시도한 것을 칭찬해주고 싶어.” 나의 역할은 엄마라는 필터를 통해 세상을 걸러서 전해주는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의 눈으로 더 큰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아닐까? 

글 이예림(aimee0630@gmail.com) 

글을 쓴 이예림 씨는 CJ와 P&G에서 브랜드마케터로 커리어를 쌓아오다가, 기업의 문화 예술 활동 지원을 통한 사회 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결혼 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남편을 따라 실리콘밸리로 이주, 그곳에서 두 살 아들을 키우며 아이의 상상력과 잠재력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한 창의 육아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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