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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의 솔직 육아 수다

By박승혜 베이비조선 명예기자Posted2016.08.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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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빠들은 아이의 수유는 물론 목욕, 청소, 이유식 만들기까지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한다. 핵가족화가 되고 도시화를 겪으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맞벌이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아내들은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리네 남편들 역시 이전 세대와 달리 가정을 중시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결혼 4년차의 백일된 아들을 둔 영업 사원 김 모씨(서울 대치동, 34), 결혼 5년차의 4살, 2살 딸을 둔 회사원 나 모씨(전남 광양시, 35) 결혼 7년차 7살 아들, 4살 딸을 둔 회사원 이 모씨(광주광역시, 37) 등 3명이 지난 7일 순천에 있는 한 커피숍에 모여 아빠들의 육아 수다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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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이가 생기면서 어떤 것이 가장 크게 바뀌었나요?
김 모씨(이하 김): 일단 아이가 어리다 보니까 눈은 항상 아이한테 가 있고, 아이 컨디션을 중요시 하다 보니 아이 중심으로 전반적인 생활이 모두 바뀌었어요. 결혼 전, 일주일에 4시간 비디오 축구 게임(위닝일레븐)을 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는데, 이제는 아이가 자야만 게임을 할 수 있어요. 10시 이후에도 아이가 안 자면 마음이 좀 급해지죠(웃음). 영업 사원인데 육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다보니 개인 매출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고요. 육아를 위해 일찍 퇴근하려고 업무 시간 중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선후배, 동료 눈치가 많이 보여요. 

나 모씨(이하 나): 당연히 개인적인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육아를 위해 퇴근을 당기다 보니 저 역시 일에 조금 지장이 있어요. 그래서 가끔 새벽에 출근해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 모씨(이하 이): 아이들이 조금 커서 손은 많이 가지 않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해주다보면 아내와 둘만의 시간이 없고, 둘만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요. 아내와 영화관을 가고 싶은데 현재 양육 도움을 못 받는 상황에서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 들어 아쉬워요. 물론 집안 환경이나 거의 모든 스케줄이 아이들 위주로 바뀐 것도 크게 달라진 점이죠. 그리고 가족이 늘어난 만큼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도 있고요. 이제는 아프면 안 되잖아요(웃음).

기자: 집안일이나 육아에 많이 참여하시는 편인가요?
김: 결혼하고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려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주방 출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어요. 요즘은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해요. 출산 전에는 산모 교실도 아내와 함께 다니며 육아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 저는 이번주 휴가라 내내 저녁도 차리고 설거지도 했어요. 첫째 어린이집 방학이라 제가 보살펴줬거든요. 저희는 와이프도 일을 하기 때문에 아내와 제가 반반씩 육아를 맡아요. 저는 아내가 시켜서 하는 것보다 알아서 하는 게 더 좋아서 제가 마음이 생길 때 많이 도와주는 편입니다.

이: 저는 야근이 많아 아내를 주중에 잘 못 도와주는 편이에요. 퇴근해서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정도죠. 그래도 주말에는 육아나 집안일을 잘 도와주려고 해요. 주말에는 애들 목욕도 담당하고요. 가끔은 애들은 나에게 맡기고, 아내에게 외출 다녀오라고 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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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독박육아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아내들이 독박육아라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육아나 집안일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그렇게 자조 섞인 말을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이에요. 독박이 도박에서 유래했는데 그 뜻이 모든 책임을 혼자 다 진다는 뜻이잖아요. 힘들다는 건 알겠는데 그 단어는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비쳐지죠. 남자들은 외벌이로 돈 번다고 해서 독박 노동, 독박 가장이라는 생각 잘 안하거든요.  

김: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나온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요즘 남자들이 일하면서도 육를 함께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인데…. 남편들도 도와주고 싶은데 사회 생활하다보면 도와주기 어려운 거죠.    

나: 자기 자식 키우는 게 무슨 독박인가요. 아빠들도 제 자식인데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단어를 사용하면 참 싫을 것 같아요. 독박육아라는 말은 홀로 육아를 한다는 뜻이지만, 그렇게 만든 남편이 싫어서 원망하는 것으로 들리거든요. 

김: 제가 요즘 육아에 참여하다 보니 육아를 하는 아내들이 참 많이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겠다 라는 생각을 해요. 다만 남편들도 최선을 다하고 역할을 분담하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만큼 독박육아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육아에 대해서 남편이 정말 나 몰라라 하는 집도 있겠지만요... 독박육아라는 단어는 왠지 남녀를 가르는 듯한 표현으로 들려서 상당히 불쾌해요. 남녀 대결로 가는 대화는 하고 싶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싶은데... 독박육아라는 용어를 좀 더 순화된 다른 단어로 대체했으면 좋겠어요.   

기자: 현재 육아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뭔가요?
이: 요즘은 부부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게 참 많잖아요. 우리 부모님 세대만해도 지금처럼 이것저것 요구하지 않아서 참고할 케이스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그때보다 살기는 더 힘들어져서 아내들도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해야 하고, 남편들도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잖아요. 아내도 도와야 하고, 아빠가 육아에 참여해야 아이가 더 잘 큰다니 열심히 놀아줘야 하잖아요. 멀티가 잘 안 되는 남자들이 현 시대를 살아가기 좀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면서 육아하는 것이 남자들한테 좀 힘들죠.

김: 애가 백일 좀 지났는데 현재 애 키우면서 크게 힘든 점은 없네요. 양가가 다 지방에 있어 도움을 많이 못 받는 편이지만요. 주변에는 잠도 못자고, 아이가 계속 울고 보채는데 저희 아들은 다행히 순한 편이에요. 아내는 저만의 휴식 시간을 인정해주지만, 저는 출산 전부터 아이 목욕시키는 것부터 이것저것 배운 것을 적용하며 육아에 참여하니 아내가 덜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없을 때 아내가 혼자 고생하는 게 좀 미안하고 안쓰럽죠.
 
나: 애들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맞벌이라 봐줄 사람이 없을 때 정말 힘들어요. 처가가 근처에 있긴 해도 두 분 다 일하셔서 도와주기 어려우시거든요. 회사에 연차를 내는 것도 눈치 보이고... 얼마 전에도 첫째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온 가족이 고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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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보람이 있거나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 거의 매 순간이요(웃음). 저는 아내가 임신하면서 출산 관련 책을 많이 읽고, 교육도 많이 들으러 다녔어요. 아내와도 출산이나 육아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고요. 조리원에 있으면서 속싸개 싸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목욕 시키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일찌감치 양육을 시작했어요. 출산 계획서도 써서 출산을 도와주시는 분들께 미리 드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에 대한 기다림이나 설렘이 컸어요. 물론 짜증이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매순간 행복한 거 같아요.  

이: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아빠~’하며 뛰어올 때 하루 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풀려요. 첫째가 나중에 커서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 왠지 모르게 뿌듯하죠. 그리고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책 읽어 달라고 할 때 힘들지만 보람되고 행복하죠.  

나: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가끔 보면 아, 이만큼 잘 커줬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과 행복을 느껴요. 아이들이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기자: 앞으로 육아에 관해 사회/정책적으로 어떤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나요?
김: 아이 키우는 데 이 나라는 정말 잘 안 도와주는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는 현재 최근 5년 동안 이뤄진 출산 장려 정책 지원금도 일인당 얼마 되지 않는 액수더라고요. 실질적인 혜택도 없어요. 치매 어르신 간병 서비스하듯이 양육하는 엄마들에게도 양육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어요. 세살마을 임산부 교육이 있는데 교육을 받으면 100일, 200일, 300일 정도에 가정 보듬이라는 사람이 와서 보육 상황을 점검해줘요. 아기 발달 상황, 엄마 양육 태도, 부모와 아이의 교감 상황을 체크해주죠. 그런 걸 더 확대해서 부모가 아이 양육을 잘하고 있는지 전문가가 와서 점검해주고 도와주면 좋겠어요. 

나: 저는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정책을 못 바꾸니 제가 정책에 맞춰 살아야지라는 생각이죠. 다만 맞벌이는 안했으면 좋겠어요. 애들 아프면 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맞벌이 안하고 싶은데, 여건상 해야 하는 게 저희 부부에게 좀 힘이 드네요.  

김: 예산을 효과적으로 쓸 필요가 있는 거 같아요. 고운맘 카드 지원비도 올랐다지만 병원비가 더 올랐어요. 한번 진료해도 10만원이 넘게 되니까. 예방 접종도 무료가 많긴 하지만 요즘은 거의 선택 예방 접종도 다 맞추니까 돈이 많이 들죠. 빈익빈 부익부에 따라 애들 케어하는 게 달라지니까 자괴감 같은 것도 좀 들죠. 돈 있는 사람들은 돈 쓰면 되니 나라 정책이 절실하지는 않잖아요. 나라에서도 아빠들이 육아 휴직을 한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면 기업도 아빠들의 육아 휴직을 장려해주지 않을까요? 아빠들도 육아 휴직에 참여하고 싶은데 환경이 그렇지 않잖아요. 친구가 대기업에 다니면서 육아 휴직 제도를 3개월 썼는데 진급이 3번이나 누락되어 이제는 후배들에게 추월당했대요. 남자들도 육아에 동참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면 정말 좋겠어요.  

이: 저희 회사는 부모가 육아를 선택하면 일을 줄여주는 제도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못한 일을 내부에 인력이 나눠서 하게 되니까, 추가적 희생이 따르더라고요. 팀원들에게 미안해서 결정하기가 힘들죠.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같아요.  

기자: 앞으로 자녀 계획이 또 있으신가요?
나: 저는 셋째를 낳을 거예요. 남들은 딸 둘이라서 아들 보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저는 결혼 전부터 자녀 계획이 셋이었어요. 와이프는 계획이 하나였는데 이제 둘을 낳았으니, 절충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계획이라도 온전히 따라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일동 웃음). 

이: 사실 아기를 보면 셋째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들 딸 하나씩이라 한 명 더 낳으면 동성 간에 유대나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좋겠어요. 하지만 저희는 양가 부모님들이 다 일을 하셔서 아무런 도움을 못받아서, 현실적으로 또 낳기가 어렵네요. 게다가 아이들이 자라면서 생활비가 확 늘어나는 거 보고 더 못 낳겠더라고요. 교육비도 곧 늘어날 테죠. 거기다 내 집 마련까지 생각하면 더 낳기 힘들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아내가 셋째를 낳고 싶어 하지 않아요. 애 키우기 너무 힘들다고요. 

김: 서울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면 그 친구들은 자녀 계획을 멈춰요. 대출 2~3억을 끼고 사는데 사실 그 금액으로는 집 사기 힘들잖아요. 나라에서 집값 떨어뜨려주고, 애들 교육만 뒷받침해주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결혼하면서 아이는 셋을 낳자고 계획했는데 키워보니 들어가는 돈이 장난 아니네요. 집 마련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 없고. 일단 둘째는 낳을 예정이고, 셋째는 고민이에요. 

이: 육아하는 데 있어서 집이 중요해요. 주변 환경과 사이즈도 중요하죠. 환경이 아이 키우기에 좋고 방이 두 개 이상 되는 제법 규모 있는 집을 순소득만으로는 마련하기 어려우니까 대출을 안할 수가 없죠. 그러니까 자녀 계획을 수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보통 애 하나 낳을까 말까인데 정책은 셋째를 낳으면 천 만원 주겠다고 하니... 그보다 첫째, 둘째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혜택을 좀 더 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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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본인은 어떤 남편, 어떤 아빠라고 생각하세요?
김: 저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함이 있어요. 일하는 것보다 30분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아는 남편이에요. 그리고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어 육아 휴직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아빠에요.   

이: 성실한 남편이자 아빠라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경험이나 추억을 가족들에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안해요.   

나: 저는 대한민국 남편 그리고 아빠의 평균 정도치인 것 같아요. 

기자: 아내에게,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 어떤 환경이든 한 배를 탔으니 끝까지 함께 하자는 말을 하고 싶네요. 그리고 제 아이가 태어날 무렵 시골 친가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는데 제비 새끼들이 꼭 제 새끼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한 달 뒤쯤 도둑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 애들도 내 새끼 같더라고요. 비가 오면 춥지는 않을까, 음식물 쓰레기통 뒤지면 먹고 탈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물들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좋은 환경, 안전하고 깨끗한 세상에서 살수 있도록 열심히 투표도 하고 살려고요.   

나: 첫째는 지금까지 입원만 다섯 번 했어요. 맞벌이로 가족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처럼만 잘 안 아프고 커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내한테는 제가 맞벌이를 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고요.

이: 각박하고 바쁜 세상이지만, 우리 가족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따뜻하고 여유롭게, 재미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고단하지만 꽃이 되어 피어나리
많은 남자들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길 원하지만 사회적 환경이나 정책은 아직 따라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네 부모님들은 젊은 시절 노후를 대비해놓지 않아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해 육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은 정말 행운이다). 그래서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는 아내들이 생겨나고, 그럼에도 생계상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모들은 아이와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시작해 끝나게 된다. 이렇듯 고단한 게 우리의 삶이지만 어쩌랴.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들 안에 마음의 씨앗이 가족들에게 심겨져 훗날 아름다운 꽃과 같이 피어나리라는 희망을 품어보는 수밖에……. 좋으나 싫으나, 기쁘나 슬프나 우리는 한 가족이니까 말이다. 
박승혜 베이비조선 명예기자(mercy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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